이사장인사말씀
불교에 있어 꽃은 깨달음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물이며 부처님께 바치는 공양물입니다. 그러나 살아있는 꽃은 생명이 짧고, 곧 시들기 마련입니다. 이에 사람들은 종이를 이용하여 시들지 않고 영원히 피어지는 꽃으로 불전을 장엄하였으며, 이러한 종이꽃을 지화(紙花)라 부릅니다.
한국의 지화는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그 전통이 후세에도 이어져야 할 귀하고 아름다운 자료입니다. 오랜 세월동안 선조들의 마음 안에 자리하며 고난과 역경을, 기쁨과 행복을 함께한 불교와 그 숭고한 믿음 속에서 피어진 불교 지화 장엄은 조상의 얼이 서려있는 우리의 정신문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.
우리의 선조들은 연등회나 수륙재, 영산재, 사십구재 등 각종 재의식에서 시들지 않고 변하지 않는 지화로 온 정성과 마음을 담아 불단을 장엄하며 하나가 되어왔습니다. 불교 지화는 마음으로 피워내는 꽃이라 하여 지심(紙心)이라고도 했지요. 지극한 마음으로 신심을 다하여 흰 종이에 자연의 색을 물들이고, 말리고, 살을 잡고, 피우고.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행해지는 수백 번의 손일 끝, 모든 생각이 사라진 적정한 경지에서 꽃은 아름답게 피어집니다.
종이를 자르고, 천연염료로 염색하고, 나아가 꽃을 만들어 내기위해 수 백 번의 손이 가고 마음을 다해야 하는 지난한 노력으로 피워낸 꽃 지화. 한국의 지화는 불교문화의 예술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전통문화의 근간으로, 문화유산으로서 민족문화의 정통성과 정체성 확보 차원에서 우리 모두가 보존하고 선양해야 할 귀중한 유산입니다.